선생님 이야기

생각의 틀을 깨는 첫걸음, 피해야 하는 일기장 시리즈 1-​ “엄마, 오늘 날씨는 선선했는데 어느 그림에 동그라미 해야 해요?”

김미경
김미경 선생님

2026. 11. 01 23:40

7년 동안 아이 일기에 댓글을 쓴 엄마이자 일기쓰기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의 경험을 기반으로 “피해야 하는 일기장”에 대한 생각을 시리즈로 이어가겠습니다. ​그림으로 그려진 날씨 칸, 대부분 아이들이 쓰는 일기장 형식입니다. 해님이 그려져있으니 덥다는 의미겠고 우산이 그려져있으니 비가 왔다는 뜻이겠고 구름은 흐리고 눈사람은 눈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해님과 우산, 구름, 눈사람 자체가 날씨일까요? 세상 모든 아이들이 일기장에 똑같이 동그라미로 표시한다면 너무 개성없지 않을까요? 설령 그렇다 쳐도 날씨를 칼로 무 자르듯 네 가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엄마, 오늘 날씨는 선선했는데 어느 그림에 동그라미 해야 해요?” 아차!! 아이 일기에 댓글을 쓰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구나. 그러면 네가 생각하는 날씨를 그냥 글로 적어보자.” 1학년 아들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라고 썼습니다. 그날 이후 날씨 그림에 동그라미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대신 날씨를 자신의 생활과 느낌과 연관지어 감각적으로 썼습니다. 너무 더울 때는 “가마솥더위”라고 썼고, 덥고 습도가 높을 때 “온몸이 찐득찐득해서 불쾌한 날씨”, 비가 갑자기 내린 날에는 “아침에 맑았는데 집에 올 때는 갑자기 비가 와서 옷이 다 젖음”이라고 다양하게 표현했습니다. 아이 일기에 댓글을 쓰면서 날씨를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가마솥더위”를 해님으로 퉁치기에는 너무 단순하지 않나요? 도대체 “온몸이 찐득찐득하다.”는 해, 구름, 우산, 눈사람 어느 그림에 동그라미 해야 하나요?“ 아침에 맑았는데 집에 올 때는 갑자기 비가 와서 옷이 다 젖음”을 우산에 동그라미 표시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날씨를 그림으로 제시해버리면 생각도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쓸데없는 틀이 아이의 생각을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선하다는 날씨는 어디에 표시를 해야 해?”라는 초1 아들의 질문은 스스로를 틀에 가두지 않은 귀하고 값진 물음이라 생각해요. 아이들이 일기를 쓰면서 날씨에 동그라미 치느라 생각을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주어진 날씨 그림에 동그라미를 치는 것과 날씨를 어떻게 글로 표현할까 고민하는 작은 차이가 결국 아이의 표현력에 거대한 차이를 만드니까요. 생각의 틀을 깨는 첫걸음, 피해야 하는 시리즈 2! 곧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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